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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손잡고 바람 소리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행복을 주옵소서.”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한 말기 암 환자가 병동 옥상에 마련된 바람정원에 남겨놓은 글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온한 하루, 소중한 시간에 집중하고 싶은 바람을 잘 보여준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바로 이를 돕는 치료다. 완치가 어려운 말기 환자의 여생을 교보증권 주식
전인적으로 돌보는데, 신체 증상 완화뿐 아니라 심리·사회·영적인 문제 모두를 포괄해 접근한다.
국립암센터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10월 둘째 주 호스피스·완화의료 주간을 10년째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낯설고 오해와 두려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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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화의료의 인식 개선을 위해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과 인터뷰했다. 이들은 말기 환자가 모여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의 하루가 단지 슬프거나 고통스럽지만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여느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웃음이 있고 새로운 일상이 이어진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의 다학제 팀은 환자들이 하루하루를 최대한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팀을 이파칭코슬롯
끌고 있는 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치료”라고 강조한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 팀원 모습. 국립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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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 질환자분이 근본적으로 질환을 고치기 어렵더라도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의 고통을 경감하고 하루하루 삶의 질을 최대한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료적 돌봄이다. 이를 위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법적 필수인력 외에도 임상 심리사 , 약사, 음악·미술·아로마치료 등 다양한 요법의 전문가, 성직자, 자원봉사무료야마토
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한 팀을 이룬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가운데)과 호스피스·완화의료실 팀원 모습. 국립암센터 제공


ㅡ호스피스·완화의료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게 되나?
“암 말기라는 굉장히 힘든 시기엔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에 다방면으로 환자의 상황을 평가(포괄적·다학제적 평가)해 신체, 심리, 사회, 영적 돌봄을 모두 제공한다. 첫 번째 부분은 통증, 호흡 곤란, 섬망, 식욕부진, 구토, 변비 등의 증상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조절하는 신체적 돌봄이다. ‘아프지만 않아도 내가 환자인 것을 잊어버리겠다’라고 말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실제론 말기 암 환자에선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경우보다 ‘ 전신 쇠약 ’ 으로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 예를 들면 다리 근력이 떨어져 혼자서 화장실에 가지 못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의 상황이다 . 또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힘들고 본인도 걱정되지만 가족도 걱정되는 등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수 있다. 이때 사회복지사가 경제적 지원 등 사회적 자원을 연계하는 일을 돕고 임상 심리사의 마음돌봄 교육과 전문 상담과 함께 음악 , 미술 , 아로마 ( 향기 ), 꽃 등 다양한 요법도 활용한다 . 발마사지 , 목욕봉사 , 사진촬영 등 자원봉사도 꼭 필요한 돌봄이다 . ”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한 말기 암 환자가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옥상에 마련된 바람정원에 남겨놓은 글귀. 국립암센터 제공


ㅡ영적 도움 역시 낯선 개념이다.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영적 돌봄이 종교적 돌봄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삶에 대한 생각이나 삶의 의미 등 존재론적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춘다. 말기 환자가 죽고 싶다고 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우울감보다는 삶의 의미를 상실해서일 수 있다 . 이런 경우 환자가 여태껏 살아온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본인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남기도록 돕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음악 유산을 남길 수 있다. 환자분이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로 가사를 쓰고 음악치료사와 함께 곡을 붙여 녹음해 가족에게 선물하는 식이다. 임종돌봄과 사별돌봄으 로 긴 여정의 마무리도 돕는다. 임종하시는 순간에 편안하고 평안하도록, 또 가능하면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임종 이후엔 사별 가족 중 애도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을 중심으로 주기적인 안부 인사를 전하며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전문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ㅡ호스피스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과 오해는?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받을 때 굉장히 힘들어하시며 감정적인 반응이나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는 환자분도 많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아프거나 인생이 급작스럽게 변하는 일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희의 원칙은 환자분이 살아오신 삶을 존중하면서 환자와 가족이 지금 어떤 상태며 무엇을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히 상담하며 가장 필요한 돌봄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선 상담과 의사소통이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병의 상태가 어떻고 앞으로 어떠한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치료 계획을 상의한 후 환자분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돌보겠단 약속을 드린다. 입원 전에는 막연히 호스피스는 죽음의 장소고 말기 암 환자는 고통스럽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는데, 막상 지내다보면 나날이 새로운 일상을 찾게 됐다는 환자분이 많다.”
ㅡ호스피스 완화치료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일들은?
“우선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진료시간이 너무 짧아 치료와 돌봄의 목표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인 게 언제나 아쉽다. 인식적 측면에선 호스피스를 말기 환자의 임종을 다루는 일을 넘어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전문인력 확보 역시 중요하다.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배우기 위해 의대 교육 커리큘럼이나 수련과정에서도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또 현재는 별도 전문 수련과정이 없기에 향후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의’나 ‘세부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ㅡ환자분들께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드린다.
“ 떠밀리듯 호스피스 이용을 할지 말지 결정하기보다 말기 환자에게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환자분의 가치관과 본인의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소중한 사람들과 그런 대화를 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거쳐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해서 저희를 찾아오신다면 모든 팀원이 최선을 다해 돌봐드리겠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