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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현재 전시 중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흔히 '꿈과 현실, 기억과 망각'을 넘나드는 작가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런 흔한 수식어들을 넘어,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을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국공립미술관들이 소장한 그의 작품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계를 다시 사유할 기회이자 동시에 제도권이 그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두르미엔테 & 수신금리 에이싱크>, <잿가루>, <불꽃(아카이브)>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제작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서사적 결핍'을 미학으로 전환한다. 줄거리를 배제하고, 대신 관객이 영상을 보며 직접 느끼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단순한 몽환적 미학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가 오래 남는 방식을 실험하는 전략이다. 오늘날 한지우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미지가 초단위로 소비되고 폐기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아피찻퐁의 이러한 접근은 명백히 저항적이다. 그는 뉴미디어를 통해 '속도'가 아니라 '체류'를, '전송'이 아니라 '기억'을 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뉴미디어 장르를 '아트테크(Art-Tech)'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곧바로 문화정책의 성과 지표로 신혼부부대출조건 연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융합'이라는 기치 아래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유행처럼 내걸렸지만, 새로운 예술적 경험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기술과 예술을 묶어내는 담론은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깊은 논의 대신에 속도·효율·성과 중심의 언어로 쉽게 환원되어 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값비싼 장비와 신기한 전시적 체험 새희망네트워크신용등급조회 , 전에 없던 플랫폼의 나열만으로는 결코 뉴미디어 예술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다. 뉴미디어는 기술적 범주로 설명되는 장르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느끼는 감각의 구조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방법론적 혁신에서 그 고유한 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피찻퐁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을 상기시킨다. 그의 작품은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 관객이 느끼는 침묵 산와 과 불편함,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잔향을 통해 뉴미디어가 직면한 근본적 과제를 보여준다. 즉, 뉴미디어는 그저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 장르가 아니다. 기억과 감각의 지형을 전복하고 다시 전복할 때, 뉴미디어 아트는 더 이상 기술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예술의 언어가 된다.
'융합', '아트테크' 같은 용어는 실제 예술적 실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용어의 편리함이야말로, 아피찻퐁이 비켜가려 했던 언어와 닮아 있다. 이번 전시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뉴미디어가 가진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미지가 너무 빠르게 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지와 감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것이다. 동시에, 아피찻퐁이 보여준 '느림의 방식'을 제도적 맥락에서 어떻게 비평적으로 읽어낼 수 있을지 성찰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