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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판도가 또다시 꼬였습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적용 중인 보안감점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입니다. 당초 올해 11월 만료를 앞두고 있던 제재가 1년 넘게 늘어나자 업계의 계산법도 복잡해졌습니다. 정치권에서 경쟁입찰, 수의계약, 상생협력안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인 가운데 기업별 유불리가 뒤엉키며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의계약·경쟁입찰 모두 꼬인 판도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자료=HD현대중공업
모의투자


3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김주철 방사청 대변인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감점을 내년 12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며 "당시 보안사고를 단일한 사건으로 판단해 올해 11월까지 보안감점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법률 검토 결과 사건을 분리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의 뿌다모아릴게임
리는 2013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직원 9명이 기밀자료 불법 취득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가운데 8명은 2022년 11월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항소를 이어가다 2023년 12월에서야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애초 방사청은 이를 동일 사건으로 보고 2022년 11월농산물관련주
부터 3년간 감점(2025년 11월 만료)을 적용했지만 법률 검토 결과 판결 확정 시점이 엇갈린 만큼 별도로 기산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결국 직원 1명이 항소해 늦게 확정된 판결 때문에 감점 기간이 1년 더 늘어난 셈입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1월까지는 기존 1.8점 감점이 유지되고 이후 내년 12월까지는 1.2점 감점이 추가로대박종목
적용됩니다.
함정 사업은 보통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됩니다. 개념설계는 성능 목표와 무장 체계, 추진 방식 등을 정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고 기본설계는 이를 실제로 건조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KDDX 역시 이 구조를 따랐습니다. 


정유주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자료=한화오션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맡아 한국형 이지스함의 기본 구상을 잡았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해 초도함 건조를 전제로 한 청사진을 완성했습니다. 관례대로라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것이 원칙인데요. 그러나 이번 보안감점이 그 전제를 흔들면서 사업자 선정 구도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HD현대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 직원 9명이 하나의 사건번호로 기소된 사안에 대해 방사청은 최초 형 확정일을 기준으로 올해 11월까지 감점 적용한다고 공식 표명해 왔다"며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장이 단순한 제재 연장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이 강조해 온 '상생협력안'으로 무게가 쏠리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앞서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KDDX 1번함과 2번함을 나눠 설계하는 방식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양사 모두 거부한 바 있습니다. 설계자가 곧 한국형 이지스함의 기준을 세우게 되는 만큼 국내 경쟁이 해외 수주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과 경쟁사가 상세설계에 대한 소유권과 실사권을 갖게 되는 점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방부·방사청과의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상생협력,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 모든 방안을 두고 법률적 쟁점과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방식 모두 한계를 드러냈는데요. 상생협력은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있고 경쟁입찰은 전력화 지연 우려가, 수의계약은 감점 적용 시점 논란과 불공정성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어느 쪽도 명쾌한 해법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감점 연장은 향후 사업자 선정 구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지연에 감점까지…KDDX 결론은 언제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6척을 전량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약 8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끝났음에도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는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구축함(KDDX)사업 분쟁 일지./그래픽=비즈워치


그 사이 사업 방식을 두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을 놓고 행정소송과 이의제기를 이어가며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방사청은 올해만 네 차례 안건 상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2월과 4월에는 절차상 이견으로, 7월과 9월에는 수의계약 추진을 둘러싼 민간위원 반발과 정치권의 추가 논의 요구가 겹치며 좌초된 겁니다. 이처럼 해를 넘기는 표류가 반복되면서 내달 열릴 국정감사에서는 사업 지연과 공정성 문제가 단연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감점'이라는 변수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 셈인데요. 실제로 2023년 울산급 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안서 평가에서 기술 점수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0.9735점 높았고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 지수 가점에서도 0.6843점을 더 받았습니다. 그러나 불공정행위 이력에 따른 1.8점 보안 감점이 최종 점수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0.1422점 차이로 수주를 내줬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연장이 곧바로 한화오션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등 수중함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이지스급 구축함 등 대형 전투함 건조 경험은 HD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KDDX는 단순한 조선 물량 배분을 넘어 해군 전력과 방산 생태계 전반을 좌우하는 사업입니다. 북한 탄도탄 대응 능력과 스텔스 성능 강화, 100% 국산 기술 적용이라는 목표가 걸려 있죠. 전력화가 지연될수록 해군 공백은 물론 국내 방산 밸류체인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 현 상황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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