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야외 종각에 국보 '성덕대왕신종'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은 이날 시민 771명을 초청해 타음 조사를 진행했다.연합


신라 천년의 소리는 왜 특별한가
한 번 치면 수 분간 그 울림이 사라지지 않고 공기와 땅, 사람의 가슴에 맺힌다.
지난 9월 24일, 22년 만에 다시 타종된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소리는 단순한 금속의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의 무게, 문화의 밀도, 존재의 자각을 동반한 '깊은 사유'의 진동이었다.
성덕대왕신종의 소리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크기'나 '역사성'에 있지 않다. 그 음색, 울림의 깊이, 파동의 철학적 지향성은 누가복음6장31절 세계 어느 종에서도 찾기 어려운 한국적 사유의 정수를 품고 있다.
△과학을 넘어선 소리… 성덕대왕신종의 '저주파 울림'
성덕대왕신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저주파(低周波) 중심의 깊은 음색이다. 타종 직후 들리는 높은 음이 점차 가라앉으며, 귀로 듣는 소리를 넘어서 가슴과 배에서 울리는 듯한 공명(共鳴)을 발생시킨다.
국가장학금 이는 단순한 청각적 경험을 넘어서 신체 전체를 감각의 악기처럼 공명시키는 음향 구조다.
이 소리의 핵심은 1차 진동이 사라진 뒤에 남는 공진음(resonance)이다. 종소리는 중심주파수 외에도 다수의 배음(倍音, overtone)을 포함하며, 이들은 서로 간섭하며 맥놀이(beat) 현상을 만든다.
성덕대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금리 왕신종은 이 맥놀이가 안정적이고 정제된 파형을 이루며, 그 결과 단일 주파수 이상의 감각적 울림을 준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듣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금속의 두께가 아닌 철학의 깊이… '불이(不二)'의 소리
성덕대왕신종의 음색은 신라불교의 철학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불교에서 종은 단지 시간을 알 kb미소금융재단 리는 도구가 아니라, 번뇌를 꺾고 자성을 깨우는 도반(道伴)이다.
종소리 하나에 삼천대천세계가 깨어난다고 여긴 불교 사유에서, 소리는 곧 깨달음의 언어였다.
성덕대왕신종이 울리는 소리는 단일하지 않다. 고음과 저음, 진동과 침묵, 공명과 잔향이 '하나이면서도 둘이 아닌'(不一不二) 관계를 맺는다. 이는 곧 '모든 존재는 수원중기청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이의 철학을 담아낸다.
이 소리는 귀로 분리해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존재의 관계성'을 직관하게 한다.
△깨달음을 유도하는 '침묵의 반대말이 아닌 소리'
서양의 종이 직선적인 시간감각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성덕대왕신종은 순환적이고 사유적인 시간의 흐름을 제안한다.
서양의 교회 종은 "시간이 왔다"고 선언한다면, 이 종은 "시간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그 울림은 '행동을 촉구하는 소리'가 아니라 '존재를 되묻는 소리'다.
소리가 커질수록 마음은 작아지고, 울림이 잦아들수록 자각은 깊어진다.
이 종소리는 침묵의 반대가 아닌, 침묵을 깊게 만드는 소리다. 그리고 그 침묵 안에서, 청자는 자신 안의 '무명(無明)'과 대면하게 된다.
△1,200년 전, 인간의 손이 만든 우주
성덕대왕신종은 771년, 신라 혜공왕 7년에 완성됐다. 높이 3.75m, 무게 18.9톤. 단순히 '크고 오래된 종'이 아니다. 종의 구조 자체가 음향을 최적화한 신라 공예기술의 정수다.
종의 몸통은 음의 반사각을 고려해 설계되었고,입상부의 용뉴는 소리의 상승과 확산을 고려해 조각되었으며,종 상단의 용통은 음향을 배출하는 '확성기'의 기능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설계의 결과는 단 하나의 목표,'깨달음으로 향하는 울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질문… "우리는 어떤 소리를 남길 것인가"
22년 만에 다시 울린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단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소리 속에 살지만,진정 우리 자신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울리고,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성덕대왕신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이다.
깊은 저주파의 울림 속에,우리가 놓치고 있는 '존재의 중심'을 되묻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