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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탄핵 심판 선고 끝나고 나서요? 그냥 '다 끝났다' 했어요. 제2금융권대출신용등급 기쁘긴 한데, 환희 같은 건 아니고 '불상사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다' 하는 거 있잖아요."
12·3 비상계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123일 동안 대한민국 경찰은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광장에 나온 각 진영의 집회·시위가 급증했고, 서울서부지법에선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 국민은행 후불교통카드 연체 졌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선 매 순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대응해야 했다.
이 중에서도 눈코 뜰 새 없이 '갈려 나간' 경찰서가 있다. 탄핵 국면의 요주의 장소가 된 헌재와 광화문 광장. 이곳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다. 특히 관할 지역의 대사관·사법기관 등 주요 시설들과 사람들이 몰리는 집회의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경비과는 카드사별 수수료 더더욱 큰 부담감 속에서 탄핵 국면을 보냈다.
탄핵 국면에서 종로구 일대의 경비를 도맡은 배병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51·경정·경찰대 13기)은 최근 종로서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탄핵 선고일이 끝났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예상외의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배 과장은 "사고 없이 깔끔하게 끝났지만, 이게 1000만원 나의 공이라고 자랑할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다들 워낙 지쳐 있어서 기뻐하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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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일주일 전부터 지지자들 뭉치지 않게"…인명피해 '0명' 성공적 대응
종로서 경비과가 탄핵 국면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탄핵 심판 선고를 앞뒀던 3월 말~4월 초다. 배 과장은 "선고일이 3일 전까지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대응을 준비하고, 헌법재판관 출퇴근길 경호에 힘썼던 기억이 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선고일에 4명이 사망한 데다가, 직전에 서부지법 사태도 있었기 때문에 선고일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신변 위협이 커지던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출퇴근길 경호부터, 헌재에서 이뤄지던 시민들과 유튜버들의 집회·기자회견의 안전 관리까지 종로서 경비과가 담당했다. 탄핵 국면에서 증가한 광화문 광장 등의 집회·시위도 이들의 몫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4일까지 집회 신고 건수는 2544건으로, 전년 동기(1360건)보다 무려 87%나 많았다.
다행히 흥분한 지지자들로 인해 폭력 사태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경찰의 삼엄한 경비 태세 속에 선고일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배 과장은 선고일 전까지 약 일주일의 기간 동안 헌재 근처에 모인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같은 불상사는 결국 군중의 집단적 흥분 속에서 누군가가 불만 붙이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탄핵 국면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훨씬 더 많아진 유튜버들이 매 집회·시위에 경쟁적으로 참여해 군중을 흥분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 과장은 "처음엔 다 흩어져있던 지지자들 속에서 일부 유튜버나 지지자가 흥분된 분위기를 선동하려고 하는 게 보였는데, 우리가 신경 써서 주시하지 않으면 당일에 누군가가 불길을 쏘아 올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유튜버들 얼굴을 다 익히고, 돌출 행동을 하는 지지자들은 미리미리 경고하고 주시했으며 (시위) 단체들이 뭉치지 않게 최대한 서로 분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병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극악의 업무 강도' 종로서 부임 후 15㎏ 빠져…"선고일 무사 대응, 직원들 덕"
탄핵 국면에서 종로서 경비과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살인적이었다. 배 과장은 이전에도 많은 경찰서에서 경비과장으로 일한 '경비통'이지만, 지난해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으로 발령받은 후로 체중이 15㎏ 가까이 줄었다. 한 직원은 탄핵 정국을 마무리하고 나서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였다.
당시 피로도가 극심해지는 직원들을 본 배 과장이 서울경찰청에 종로서 경비과 직원들의 선(先)발령을 요청하기도 했다. 탄핵 선고 당일 추가로 17명가량이 증원돼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배 과장은 "누가 봐도 종로경찰서 직원들이 완전히 갈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나보다 직원들이 더 힘들다고 생각되니 어쩔 수 없이 인력을 더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 과장은 인명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선고일의 경비 대응의 공을 경비과 직원들을 비롯해 당시 적극 협조해 줬던 다른 과 직원들과 형사기동대, 지역 경찰들에게 돌렸다.
그는 "경비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까지 전 직원이 다들 달라붙어서 일했는데도 손이 모자랐다.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탄핵 국면에서 계속 인사도 밀렸는데 경비과 직원들이 '그럼요. 이건 마무리 짓고 나가겠다'고 해줬다"고 힘줘 말했다.



배병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365일 경찰서에서 먹고 자는 경비과장 일상…"집회·시위 '관리' 아닌 '보장'"
경찰대 13기로 경찰에 입직한 이후 경비 경력을 줄곧 쌓아온 배 과장은 일주일에 단 하루만 집에 간다. 주말에 일주일 치 빨래를 하러 집에 들르는 것 외엔 평일에 집으로 퇴근하지 않는다. 경찰서에 잠들고 일어나 샤워하고 업무를 본 후 다시 잠드는 게 배 과장의 오랜 일상이다.
배 과장은 '워라밸' 최악의 일상을 덤덤하게 당연하다는 듯 설명했다. 경비과장이 항상 경찰서에 있어야 관할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과장은 "일이 생기면 현장에서 문제를 빨리 조치하는 게 경비과장의 일"이라며 "누가 담을 넘거나, 밤에 산불이 나거나 하는 사건들은 언제나 터질 수 있다. 그래서 1년 365일 사무실에 있는 것이고, 저는 그게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경비과는 이런 극악의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다른 과와는 달리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성과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경비에 사소한 실수만 있어도 사건·사고로 바로 이어져 문책당하기 쉽다.
배 과장은 "일이 틀어져서 잘못되면 현장 책임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참 불안한 자리"라면서도 "경찰과 시민 모두 사망자, 부상자 없이 집회·시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경비과는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과장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보장하고, 혹시나 시민들끼리 마찰을 빚지 않도록 안내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며 "옛날처럼 경비과가 집회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공익을 위해 조율하려는 것이니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배병호 경비과장 △경찰대(13기) △경찰청 감사관실 외근반장 △대전청 둔산경찰서 청문감사관 △서울청 65기동대장 △서울청 중랑경찰서 경비과장 △서울청 서대문경찰서 경비과장 △ 서울청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배병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