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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모의 논쟁적 공간'은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가 한국 사회의 논쟁적인 공간과 건축 이슈를 풀어내는 기획입니다. 4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청와대 일반 관람 임시 중단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이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집무실 복귀를 앞두고 보안 및 안전 점검을 위해 1일부터 일반인 관람이 임시 중단된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용산을 떠나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윤석열 전대통령의 독단으로 옮겨졌던 대통령 집무실이 원 위치로 돌아갈 예정이다. 능력없는사람 국민적 합의 없이 급조된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이 도청 문제에 휘말리고, 국가 안보에서 중요한 대통령의 안위가 걱정되는 입지에 위치함으로서 용산이 북의 드론에 노출되는 문제가 생겼으며, 용산이 서울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기대를 안고 세워진 용산의 도시계획이 하루아침에 무력화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우리저축은행인터넷뱅킹 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났지만, 놀랍게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수면 아래에는 더 많은 문제점들이 숨겨져 있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용산에 집무실을 마련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기억도 없다. 여기에 더해 군부의 핵심과 나란히 자리 잡은 대통령 집무실은 계엄을 모의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말았었다.
그렇다면, 이제 대통령 집무실이 원 위치로 돌아갈 예정이니, 모든 문제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까? 그런데 용산 집무실 이전에 청와대 집무실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집무실로 적절한 곳일까? 아직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주하기 전이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 같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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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사실, 대통령 집무실로 청와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경복궁을 중건하며 경무대를 조성했던 개별주택가격열람 고종의 뜻은 잊힌 채, 조선 총독의 집이 세워졌고,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총독 관저를 집무실로 사용했다. 일제강점에서 벗어난 나라의 대통령이 식민지배자의 건물을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한 결과는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인해 경무대는 독재를 연상시키는 이름이 되었고, 후임 윤보선 전 대통령은 총독 관저의 청기와에서 따온 청와대라는 이름을 경무대 대신 사용하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청와대가 자신의 이름에 맞는 집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총독 관저에서 시작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서 청와대를 다시 지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모든 대통령이 청와대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청와대에서 나오려 했던 대통령들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를 옮기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는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인해 그 뜻이 꺾였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6월 18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청와대를 벗어나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2017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을 벗어나, 대통령이 시민들과 더욱 소통하는 탈권위적이고, 열린 리더십을 실현하겠다‘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유는 광화문 인근에서 집무실, 영빈관, 헬기장 등 대통령 업무에 필수적인 부지와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도심 내 경호와 보안의 어려움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분단 상황에서 대통령의 안위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공유되어 있었다.
두 대통령의 탈청와대 시도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중심에 있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으나, 현존하는 분단으로 인한 여러 현실적 이유로 좌절되었다. 그런데, 겉으로는 국민과 소통을 내세우며, 독단적 결정으로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일으켜 탄핵당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사용을 밝히면서 대통령 집무실에 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과거 두 대통령의 탈청와대 시도를 좌절시켰던 현실이 더 이상 현실적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단과 냉전으로 왜곡된 땅의 역사, 회복해야 할 땅의 가치
오랫동안 이 땅의 통치자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북’을 핑계로 국민들을 억압했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곤 했으며, 민주화가 되었다고 믿었던 시대에도 대통령의 집무공간으로 부적절한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대통령들의 의지를 꺾는 데 작동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으로 인해 ‘북’은 더 이상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민과 소통을 내세우며, 군시설 한복판에 집무실을 마련한 경솔한 선택은 어떠한 합리성도 갖추지 못했고, 북의 위협은 더 이상 현존하는 위협이 아닌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사실이 12·3 비상계엄과 내란에 관한 수사를 통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과거 문 전 대통령의 광화문시대 공약이 너무 쉽게 포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될까? 필자는 윤 전 대통령으로 인해 일어났던 웃픈 해프닝은 그동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도시 공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에서 내려다본 모습. 뉴스1


첫째는 청와대 입지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춘 나라의 대통령 집무실로 적당한가의 문제다. 청와대는 경복궁을 넘어 서울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해 마치 통치자가 자국민들을 오시하듯 내려다보는 곳이다. 세상 어디에 자국민을 눈 아래 두고 있는 민주주의 지도자가 있는가?
둘째는 한 나라의 안위를 책임진 국방부가 도심 한복판의 언덕에 위치한 것이 국가 방위에 적절한가의 문제다. 용산은 우리가 주권을 상실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었던 러일전쟁 이후 일본군 병영이 세워지면서 조성된 신시가지였다. 일본군 병영이 해방 후 미군기지로 사용되다가 우리에게 반환되면서, 냉전을 극복하고 제국주의 패권의 역사를 고발하며 세계를 향해 평화의 가치를 호소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되어야 함에도, 공원 한복판에 국방부와 군 시설이 우뚝 서서 용산공원의 허리를 잘라놓는다는 것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바로 세워야 할 청와대와 용산공원의 역할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에 자리한 경무대 융문당(위 사진 왼쪽)과 융무당. 전남 영광군으로 옮겨져 원불교창립관으로 사용 중인 융문당(아래 왼쪽 사진)과 옥당박물관 부속 건물로 사용 중인 융무당. 안창모 제공


청와대는 왕권이 바닥을 치고, 개항에 대한 서양의 요구가 빗발치던 때 왕위에 오른 고종이 왕권을 바로 세우고 나라의 틀을 바로 세우기 위에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을 중건하며, 신무문 밖에 경무대를 추가로 만들고, 융문당과 융무당을 세워 젊고 유능한 인재를 뽑아 새로운 나라를 다시 융성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던 곳이다. 그랬던 곳이 식민지배자와 독재자 그리고 군사정권에 의해 점유되면서 경무대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은 사라지고, 국민을 억압하는 권력자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확고히 한 시점에 역사의 현장을 굴곡지게 만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고, 분단과 냉전을 극복한 역사의 현장인 용산에서 국방부는 자신의 직분에 맞는 위치로 옮겨져야 하며, 용산공원은 반제국주의와 평화를 함께 외치고, 어린이 정원으로 훼손된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는 고종이 나라를 다시 반석 위에 세우고자 했던 경무대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융문당과 융무당을 중심으로 하는 경무대가 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나라를 빼앗기고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오랫동안 용산의 일본인 사찰(용광사)에서 지내야 했던 경무대의 융문당과 융무당 건물이 나라를 되찾은 후에도 자기 집으로 돌아오기는커녕 오히려 멀리 내쳐졌고, 그것도 모자라 융문당과 융무당이 이산가족이 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복궁을 복원하며 사라진 건물도 복원하는데, 원 건물이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타향살이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행히 서울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두 건물이 지난 4월 3일 전라남도에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충분하지 않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가 담겼던 역사적인 건물이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필자는 대통령이 계엄과 내란 정국을 마무리한 후에는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곳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시민들과 함께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선언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말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