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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마지막주, 패션잡지 GQ의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배, 이번주 토요일에 잡혔던 스케줄이 갑자기 취소됐는데요, 그래서 불암산 가려고요. 선배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나는 불암산 밑에 산다. 그럼에도 그 누구에게서도 불암산에 같이 가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얼마 없다(아마 나의 지인들은 내가 주말에 산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도 모른 바다이야기게임기 다). 10월과 11월, 8번의 주말 중 딱 한 번만 빼고 모두 산에 가거나 사무실에서 일을 한 바람에 나는 모처럼 일이 없었던 그 주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않고 소파에 누워 TV 리모콘만 만지작대기로 결심했던 차였다. 하지만 조서형이 누구던가? 그녀는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한다. 특히 바이크 캠핑을 즐긴다. 그러니 그녀와 만나면 할 얘기가 줄을 잇는다. 바다이야기게임방법 같이 산에 간 게 무려 4년 전이었다. 이때 아니면 그녀를 또 언제 볼까싶어 나는 당장 "좋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혼자 오니?"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오. 휘랑 휘 아빠랑 셋이오."
휘는 그녀의 아들, 세상에 태어나 14개월을 보냈다. 남편 김현욱씨도 유명한 바이크 캠퍼다 야마토게임예시 . 이들 세 명과의 산행,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따뜻한 바람 휘, 모두가 웃어!
약속한 토요일이 됐다. 불암산역 1번 출구로 갔다. 조서형과 김현욱씨, 휘가 기다리고 있었다. 휘는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아주 활짝. 김현욱씨는 휘를 태울 커다란 등산 캐리 게임릴사이트 어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 보자마자 나는 내가 휘를 업겠다고 말했다. 현욱씨는 약간 걱정하듯 말했다.
"괜찮겠어요?"
괜찮고 말고! 그래봤자 휘 몸무게가 얼마나 되겠어?
나는 휘에게 인사했다.
"안녕 휘! 네가 휘구나. 삼촌은 불암산 밑에 살아. 오늘 같이 산에 갈거야. 괜찮지?"
사이다릴게임 휘는 이날 나를 처음보는데도 활짝 웃었다. 오, 기분 좋았다. 내가 착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정화되는 느낌, 휘는 인간 정수기인가? 캐리어에 휘를 태웠다. 얌전했다. 정말 얌전해서 놀랐다.
그런데 무거웠다. 11kg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1박2일 백패킹용 배낭 무게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처럼 무겁게 느껴질리 없는데? 휘가 무겁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인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트레킹폴을 폈다. 폴을 짚고 일어섰다. 몸이 살짝 휘청였다.
'아, 나는 짐을 멘 게 아니지.'
조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서형, 김현욱과 함께 불암산으로 향했다. 서울둘레길 1코스로 이어지는 길로 올랐다. 휘가 놀랄까봐 나는 천천히 조심조심 걸었다. 매우 부드럽게. 휘가 이걸 알고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길 바랐는데 휘는 다른 말을 했다.
"웅엉웅엉"
노래를 부르는 건가? 그래도 기분 좋았다. 내 등이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는 뜻이니까. 나는 차 뒷좌석에 대통령을 태운 베스트 드라이버처럼 몸을 조작했다. 조서형이 물었다.
"선배 괜찮아요?"
당연히 괜찮지, 누가 내 등 뒤에 탔는데. 나는 대답했다.
"야, 휘를 내가 언제 업어보겠어!"
휘 덕분인가?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나는 곧 땀을 흘렸다. 힘들어서 땀이 나온 건 아니고 더워서 그랬다.
이윽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오르막을 오르기 전 조서형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휘가 몇 개월이지?(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에게 몇 살인지 묻는 게 아니라 몇 개월인지 묻는다는 걸 얼핏 알고 있었다.)"
"14개월이에요."
"휘가 산을 좋아해?"
"말을 못 하니 알 수 없죠. 그런데 집에 있는 걸 싫어하는 건 분명해요. 하루라도 밖에 안 나가면 현관 앞에서 칭얼대요.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꼭 바깥에 나가요. 산이든 자전거를 타고 어딜 가든 꼭이오."
"와, 그것 참 피곤한 일이겠구나."
"피곤하긴 한데요, 아기 얼굴 보면 다 풀려요."
"휘가 가장 예뻐 보일 때가 언제야?"
"퇴근한 저를 보고 웃으면서 뛰어올 때, 그림책 들고 '이거이거' 외치면서요."
"싫을 때는 있어?(나는 아빠가 아니니까 아기가 싫을 때도 분명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와 진짜, 아직 한 번도 싫은 적이 없네요. 뭘 해도 싫지 않은 인간의 등장이라!"
"근데, 얘 왜 낯가림이 없니?"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줘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지만 그냥 이렇게 태어난 아이 같아요.(휘는 태어나고 얼마 안 된 후부터 아버지의 자전거 앞자리에 타고 온 동네를 다녔다. 이 영상이 김현욱씨의 SNS에 거의 매일 올라온다. 휘는 흔들리는 자전거 위에서도 꾸벅꾸벅 조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보고 현욱씨의 게시물에 이렇게 댓글을 단다. '애 목 디스크 걸리겠어요.' 어쨌든 휘는 그래서 이런 야외활동에 익숙한 듯했다.)
"왜 이름이 휘야?"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한테 태담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게 좀 낯간지러웠는지 매번 휘파람을 불었어요. 현욱씨는 휘파람 부는 법을 몰라서 '휘~'라고 소리를 냈어요. 어차피 아기는 말 못 알아듣고 아빠 존재를 느끼기 위한 의도라면 따뜻한 말이 아닌 아무 소리나 내도 된다면서요. 그런데 임신 9개월쯤인가? 현욱씨가 제 배에 대고 '휘~'라고 했는데, 안에서 쿵쿵하면서 반응을 하더라고요. '어! 얘는 자기 이름이 휘인줄 아나본데?'해서 휘가 됐습니다. 우솔, 덕희, 록, 풍요 같은 이름이 리스트에 있었어요."
"휘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지금처럼 너의 SNS가 휘로 도배가 되는 걸 상상했니?"
"저는 애를 좋아해요. 애 셋 낳고 싶다는 이야기는 열 살 때부터 했어요. 그런데 작년까지도 인스타그램에 아기 사진으로 도배하는 엄마는 멋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건방지게도. '저 여자는 자아가 없나? 누구 엄마로 사는 삶이 좋은가? 저 여자는 자신의 최대 업적이 애 낳은 건가봐. 나는 그래도 에디터니까 인스타그램에 아기 사진 안 올리고 내 작업물만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휘는 내 최대 업적이 맞아요. 낄낄낄."
나는 내 SNS에 내가 그린 그림으로 도배한다. 그렇다면 그림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자식이 생기기 전엔 조서형의 기분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에 올라가면서 온통 휘와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모두 휘만 봤다.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휘는 정수기가 아니라 따뜻한 햇살, 봄바람, 즐거운 음악 같았다. 이런 기분 처음이었다. 나는 바위 구간에서도 아주, 매우 천천히 올랐다.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과 산행을 했지만 이처럼 사려깊게 행동한 것도 처음이었다.
불암산 정상에 섰다. 정상 데크에 있던 사람 거의 대부분이 휘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귀여워!"라면서. 조서형 김현욱 부부는 휘를 나에
게 맡기고 바위 꼭대기에 올라갔다. 나는 휘를 번쩍 안아 들고 발 아래 펼쳐진 경치를 구경시켜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휘야, 저건 북한산이야, 저건 도봉산이고. 저기는 사람이 아주 많이 사는 마을이야."
휘는 대답했다.
"웅엉웅."
부부가 내려왔고, 우리는 잠시 쉬다가 계단을 내려갔다.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휘는 덜컹이는 캐리어는 아무 방해요소가 아니라는 듯 잠을 잤다. 아! 평화! 나는 휘가 어른이 되어도 이날을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추신
휘에게
휘야, 기억할지 모르겠네. 너 업고 불암산 오른 삼촌이야. 매일 너를 SNS에서 보는데 정말 즐거워 보이더라. 부러워. 지금도 매일 행복하지?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도 주욱. 영원히.
삼촌은 너랑 산에 간 날을 오래 기억할 거야. 그날은 온통 황금빛 햇살로 가득했단다. 내가 사는 우중충한 마을은 원래 놀이동산이고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친절하다고 너는 웃으면서 말해 주는 것 같았어. 세상 모든 험한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니 무서운 표정 짓지 말고 너처럼 웃으라고 나를 토닥이는 것 같았지.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고마워.
휘야, 너를 위해 애쓰는 엄마 아빠한테 잘하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달려오렴. 나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단다. 그러니 우리 꼭 다시 보자. 안녕.
-2025년 겨울, 불암산 삼촌이-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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