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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앞으로는 는 나쁘게 해 자면 안에서김의경 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 “노란색 장애인콜택시에 탄 40대 아시아 여성을 유화처럼 그려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다.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이은주(가명)씨와 만나기 전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역 근처 식당을 검색하다가 돈가스와 쌀국수 중에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묻자, 그는 쌀국수보다는 돈가스가 먹기 편한 음식이라고 했다. 은주씨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창업자금대출조건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 수 있다면서 서면으로 인터뷰 내용을 먼저 보내달라고 했다.
삼일 뒤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은주씨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자 그는 근처에 있다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금세 그가 내게로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장콜(장애인콜택시) 타고 왔는데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환승센타 .”
지하철을 타고 오는 동안 은주씨가 이메일로 보낸 서면 인터뷰 답지를 읽었다. 은주씨는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42살 여성이다. 그는 혼자서 걸을 수 있고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느리고 서투르며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으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6년 동안 다니던 기관에서 퇴사 은행원 하는일 하고 잠시 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계속 일해온 그에게 잠시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주문한 돈가스가 나오자 은주씨는 식당 직원에게 가위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기도가 좁아서 큰 것을 삼키기 힘들다면서 내게 돈가스를 잘게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여러 개로 잘려 나온 돈가스를 나는 하나하나 네 조 아프로소비자금융 각으로 또 잘랐다. 그래도 그는 먹는 것을 힘들어했다. 오래도록 씹어서 넘겨야 하므로 식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밥을 다 먹었을 때 은주씨는 반도 먹지 못했다. 천천히 먹으라고 하자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조금밖에 못 먹었는데 배가 부르냐고 묻자 잘게 자르면 양이 더 많아져서 배가 부르다면서 웃었다. 우리는 카페에 가서 본 보통예금 이자 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 서 있는 키오스크가 보였다. 은주씨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했다. 키오스크로 음료를 두잔 주문해 마주 앉자 한결 대화하는 게 편했다. 너무 적게 먹은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장애 특성상 밖에서는 많이 먹지 못해요. 먹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제대로 먹으려면 2시간은 필요하거든요. 저만 식사 시간을 2시간 달라고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집에 가면 못 먹은 만큼 먹어요. 집에서는 입에 간식을 달고 살아요.”
우리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이력서를 100번 이상 냈다. 50번 중 한번 면접 보라는 연락이 왔을 정도로 취업이 어려웠다. 이력서를 넣고 또 넣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일을 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첫 취업 이후로 서너차례 이직이 있었고 올해 8월까지 근무했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6년간 사무국장(대표 바로 밑 직급의 중간 관리자)으로 근무했다. 그가 해온 일은 장애인 복지 관련 정책과 법을 제·개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알리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현재는 그 경험을 살려 자신이 직접 장애인복지기관인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장애 여성으로서 많은 차별에 직면했을 텐데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또 만나야 해요. 밤을 새워도 모자라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말하지만 저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일할 줄 몰랐어요. 10년 전만 해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외근을 나갔거든요.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장애인콜택시가 도입된 이후로 이동하는 것이 수월해서 한결 편해졌어요.”
출퇴근하기도 힘들었지만 은주씨는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많았다. 주로 자신이 담당해 진행했던 일에 직접적인 성과나 변화가 나타날 때 보람을 느꼈다. 예를 들면 장애 차별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만화책이 다른 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진열된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의 제안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음식점이나 매장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었을 때, 자신이 담당하고 연구 보조로 참여했던 연구 결과가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거나 관련한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오랫동안 집에만 있었거나 시설에서 살았던 장애인들이 자신이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회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아주 큰 보람을 느꼈다.



은주 씨의 결재도장. 중간 관리자인 그는 결재도장을 찍을 일이 많다. 본인 제공


절망감이 들 때는 낯선 사람과 전화를 할 수 없을 때였다. 이 일은 낯선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센터가 하는 활동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고 함께해줄 것을 제안하며 시작하는데, 언어장애가 있어서 전화를 할 수 없으니 업무 속도가 느려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도 예전에는 컴퓨터로 접근할 수 있는 메일과 메신저로만 업무를 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 있어서 업무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업무적으로 힘든 것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활동의 의미를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입구에 높은 턱이 있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음식점 사장님께 경사로를 설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때, 비용을 센터에서 부담한다고 했는데도 설치 시간이 소요되고, 비장애인 손님들이 불편할 수 있다거나, 장애인 손님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경제적 논리 등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거절한다는 말에 놀라기에 앞서 화가 났다. 장애인을 위해서 작은 불편도 감수하지 않겠다니.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장애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을까.
은주씨가 입사했을 당시는 센터가 설립된 지 6년 정도 되었던 시점이었는데 그때까지 서울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자립생활센터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야 공식적인 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이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지원사업의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그 지원사업에 자신이 직접 사업계획서를 써서 선정되었을 때 큰 기쁨을 느꼈고 자신감도 얻었다. 인터뷰하는 그의 침착한 태도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졌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시장에서 수도 없이 거절당하던 학생이 어느덧 중년의 중간 관리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다니던 센터를 그만두고 혼자 자립센터를 차릴 계획을 세우게 된 걸까. 또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궁금했다.
“처음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막연히 ‘언젠가는 내가 직접 운영하는 센터를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그 이유가 더 선명해진 것 같아요. 내가 꿈꾸는 장애인 복지와 조직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고 그것을 실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초기 설립 자본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기관이 일정 요건을 갖추게 되면 자치구로부터 기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서울시 등 지자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장애인재단 등 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들이 많아서 열심히 도전하면서 점차 예산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지에 적힌 마지막 질문에 답한 은주씨는 미리 불러야 한다면서 핸드폰을 꺼내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우리는 콜택시가 올 때까지 대화를 마저 나누기로 했다. 나는 즉석에서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센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요즘 은주씨의 하루는 어떤가요?”
은주씨는 오전 8시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용돈벌이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신문 스크랩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일을 하고 있으면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집으로 와서 집안일도 도와주시고 함께 점심도 먹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함께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만나 회의하거나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한다. 사무실도 보러 다니고 세무서, 관할 구청, 센터 설립을 위해 필요한 기관을 방문하거나 행정사 같은 분에게 전문가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일이 없을 때는 활동지원사 선생님과 공원 산책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귀가하면 유튜브를 통해 대표로서 알아야 할 인사, 노무 관련 공부를 한다. 실무를 오랫동안 해온 그는 주로 문서 작업을 많이 해서 한글 프로그램과 파워포인트는 잘 다루지만 엑셀과 미리캔버스의 경우 쓰던 작업만 반복하다 보니 부족한 것 같아서 공부하고 있다.
“너무 일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요, 일 외에 관심 있는 건 없어요?”
은주씨가 손뼉을 치며 답했다.
“아 참, 요즘 작사를 배우고 있어요. 세상에 이런 게 다 있구나, 이제야 안 것이 억울할 정도로 너무 재밌어요.”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콜택시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장콜’에 올라탄 은주씨를 배웅한 뒤 지하철역을 향해 홀로 걸었다. 언젠가는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장애 차별, 여성 차별의 역사를. 언젠가는 노랫말이 될지도 모르는.
※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이름 등 일부 사실을 변경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김의경 소설가 l ‘월급사실주의’ 동인. 2014년 장편소설 ‘청춘 파산’으로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룸’ ‘두리안의 맛’, 장편소설 ‘콜센터’ ‘헬로 베이비’가 있다.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의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