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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추석 연휴도 끝났습니다. 꺼내보고 싶은 추억들 많이 만드셨나요? 저는 끝내 떠나가버린 연휴를 그리워하며 헛헛한 마음을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로 달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15일 현재, 이혁·이효 형제 피아니스트가 나란히 본선 3차에 진출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들을 비롯한 전세계 피아니스트들의 귀한 무대를 보며 감탄하고 감동받고 있습니다. 곧 재능의 영역도 실감합니다. 물론 연주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유원컴텍 주식
그런데도 음악은 노력만으로는 도달하지 못할 재능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글쓰기에서는 재능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중식 셰프가 수타면을 뽑듯, 보디빌더가 스쾃을 하듯, 목수가 나뭇결을 따라 칼날을 세우듯 훈련을 거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훈련이라는 단어를 보EMLSI 주식
니 외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 글쓰기는 백지 위에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쓰는 사람이 되어서 읽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독자님, 어떻게 표현해야 제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 부분에 위트를 담았는데 재미있으신가요? 거기 독자 여러분, 하품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세요, 어떻게 쓰면 끝까지 읽을 코스닥상장기업
건가요?! 이런 대화를 말이지요.
단언컨대 훈련한 만큼 잘 쓰게 된다
독자와의 ‘밀당’을 즐기는 데는 문장 단위의 고쳐쓰기가 제격입니다. 단언컨대 문장만큼은 훈련하면 좋아집니다. 그러니 오늘은 문장 이야기를 좀더 해봅시다. 초고부터 문장을 잘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이 손을 앞지를무료추천종목
때가 있거든요. 문장을 하나하나 다듬으며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덜 뻗어나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초고는 문장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쓰되, 고쳐쓰기 단계에서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다듬어봅시다. 정성 들여 문장을 고쳐 쓰는 시간이 쌓이면 초고를 쓸 때부터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저절로 손끝에서 나올 때가 옵니다.
그렇다면 좋은 문장이경동가스 주식
란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좋은 문장은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입니다. 읽는 사람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답 또한 간단합니다. 생각이 명확해야 합니다. 생각의 초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문장이 길어지고 끝맺기가 어렵고 심지어 틀린 문장을 쓰고 있다면,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생각을 다시 점검해보세요. 그렇다고 반드시 생각을 정리한 뒤 문장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문장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니까요. 생각하기, 쓰기, 고쳐쓰기, 이 셋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좋은 문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억해두면 좋을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이미 아는 내용일 거예요. 먼저 짧은 문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짧은 문장은 단박에 읽히기에 독자의 머릿속에 쏙 들어갑니다. 간결할수록 틀릴 위험도 적지요. 한 문장을 쓰는 데 50자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나 어절 수를 20개 이하로 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일이 세면서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소리 내어 읽다가 숨이 차면 긴 문장이므로, 내용에 따라 문장을 나눠야 합니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겠다고 마음먹으십시오. 그러면 문장이 짧아집니다.
수식어가 너무 많은 것도 좋은 문장은 아닙니다. 특히 부사를 습관적으로 덧붙이는 것도 대상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줌에 따라,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오랫동안 좋아한 친구에게 고백하는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과 ‘나는 너를 정말 정말 매우 매우 너무 많이 엄청나게 사랑해’는 좀 다르지요. 뒤의 문장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듯도 하고, 사랑의 의미가 약해진 듯도 합니다. 잘 알지 못할 때, 자신이 없는데 아는 체는 하고 싶을 때 말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때로 절제가 진심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접속사를 남발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접속사를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해야 문장에 힘이 생깁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해’와 ‘나는 너를 사랑해. 너도 나를 사랑해’를 비교해보십시오. 뒤의 내용이 더 긴장감이 있지요? 접속사는 꼭 필요한 곳에만 넣읍시다. 표현의 반복도 조심해야 합니다.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 게으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글이 지루해집니다. 표현의 반복은 고치기 쉽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니까요. ‘생각하다’ ‘~것이다’를 계속해서 쓰지 않는지 살펴보세요.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쓰는 표현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쓰는 표현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쓰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줄 수도 있고, 어떤 집단이 공유한 내용이어서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되었다’를 예로 들고 싶은데요. 제가 여러 해 동안 대학생들의 글을 보면서 큰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되었다’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되고 싶은 것이 많은 친구들이어서 그럴까요? ‘밥을 먹었다’ 하면 되는 것을 ‘밥을 먹게 되었다’라 쓰고, 이 외에 ‘공부하게 되었다’ ‘걸어가게 되었다’와 같이 씁니다. 여기에 붙는 ‘되었다’는 군더더기입니다. ‘되었다’를 써야만 하는 문장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독자와 끝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문장을 고쳐봅시다. 내가 만든 세계에서 독자가 즐겁게 뛰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박은지 제공


간결한 문장, 수식어, 접속사… 다시 벗어나서
조사 하나, 종결어미 하나까지 다듬으며 좋은 문장을 향한 길을 충실히 걸어왔다면, 그 길을 벗어날 차례입니다. 누가 뭐래도 쓰고 싶은 나의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임을 알면서도 긴 문장을 써보고, 일부러 부사도 잔뜩 넣어보는 겁니다. 어떤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표현도 많이 반복하고요, 생경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번역투 문장도 써보고요. 하지만 이런 작업은 글쓴이의 철저한 의도에 따라 진행돼야 합니다. 글의 주제나 내용에 따라, 글쓴이가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 마음껏 자유롭게 문장을 써보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산만한 친구를 표현하려고 일부러 단어를 많이 나열하며 긴 문장을 쓸 수도 있겠지요. “책상에 앉는 것부터 남달랐던 그 친구는 왼쪽 다리는 책상 밖에, 오른쪽 다리는 책상 안에 넣고 앉아 가방을 의자에 걸었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책상 옆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무릎에 올려놓고는 주변을 둘러본 후 국어 시간임을 확인하더니 가방을 열고 무엇인가를 한참 찾다가 국어 교과서를 들고 오지 않았는지 토끼가 그려진 노트를 꺼내 짝꿍에게 펜을 빌려 낙서를 시작하는데 펜과 종이가 만나는 소리가 꽤 부드러운 걸 보니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긴 문장을 활용해 독자가 단숨에 읽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물의 산만함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복잡하고 부산스러운 인물처럼 느껴지지요? 반대로 긴장을 고조하는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짧은 문장을 쓸 수도 있습니다. 문장 길이만으로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문장’을 벗어나 ‘누가 뭐래도 쓰고 싶은 나의 문장’을 쓸 때까지 훈련을 멈추지 마세요. 훈련의 반복 끝에는 큰 즐거움과 또 다른 고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떤 고민이냐고요? 과연 내 의도대로 독자가 읽어줄까 하는 고민이지요. 그럴 땐 주저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세요.
의도대로 전달됐나? 주변에 보여주자
글쓴이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읽으면 성공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기 어렵다면 ‘움직이는 글쓰기’로 보내주세요. 좋은 문장에서 나의 문장에 다다르기까지 문장을 갈고닦는 여정을 응원합니다.
박은지 시인·‘여름 상설 공연’ 저자
독자 글
지난번 글감은 ‘자꾸 말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정선님, 숙연님, 정실님 세 분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자꾸 읽어도 좋은 이야기여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정실님 이야기는 뭉클했습니다. 누구나 가난했던 그 시절, 응석 부리고 싶었던 어린아이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줘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한 이에게서 나오는 솔직한 내용은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것이지요. 그렇기에 개성이 됩니다. 숙연님 글을 보고 ‘어머니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막내의 말을 들은 부모의 마음과 또 그 말을 했을 막내의 마음을 짐작하며 애틋함을 느꼈습니다. 이번호에는 손뼉을 치며 읽은 정선님 글을 소개합니다.
나는 ‘집생’이 더 좋은데…
늦둥이를 낳으면 가족과 친지, 주변으로부터 축하를 많이 받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질 정도로.
동네 어린이집에 맡겨보았는데 좁은 공간에 가둬놓다시피 하고 서로 싸워서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를 열심히 하니, 아이가 즐거울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쪽으로 가는 골목만 보여도 아이가 기겁을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보낼 수가 없었다. 집으로 파출부(당시에는 육아도우미를 그렇게 불렀다)를 부르다가, 수녀원에서 하는 절제어린이집에도 보내보다가, 절에서 하는 시설에도 한동안 다녔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 부설 유치원의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드디어 입학 허가가 났다. 와, 잘됐다. 축하해. 이제 유치원생이 되었네. 주변에서 축하 인사가 쏟아졌지만 아이는 하나도 안 기뻐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한마디 하였다. “나는 ‘집생’이 더 좋은데….”
아이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신박한 단어에 한바탕 웃었지만, 사실 그 말은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내가 어딘가에 보내져 그곳에서 관리되는 거 싫어요. 나는 집에서 그림 그리고 레고로 만들기 하고 장난감 자동차 가지고 혼자 잘 놀 수 있어요!!’
그즈음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과 함께 서울에서 문을 연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우리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여 머리를 맞대게 되었다. 공동육아 문제에 앞장서셨던 정병호 선생님을 모셔와 강의를 듣고, 조합원들을 모으고, 몇백만원씩 낸 출자금으로 마당이 딸린 이층주택을 전세 내어 어린이집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마당 한쪽에 모래밭을 만들고 계단의 난간에는 안전장치를 하고, 어린이집 교사도 모집공고를 내어 부모들이 직접 뽑았다. 한살림에서 식품을 공급받아 간식과 점심을 해먹이고 아마(아빠엄마의 준말)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시간 되는 부모들이 틈만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도 가고 백화점의 특별전시장에도 다녀왔다.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아이들은 교사를 별명으로 불렀다. 피아노, 완두콩 등. 날씨가 좋을 때면 근처의 야산으로 바깥나들이를 거의 날마다 다니기도 하였다.
집에서 놀듯이 동생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뛰고 놀다가 우리 아이는 이듬해에 초등학생이 되면서 ‘씩씩한 어린이집’의 1회 졸업생이 되었다. 2025년으로 30주년을 맞이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긴 대구의 공동육아어린이집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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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연습 시간입니다. 좋은 문장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문장에 공을 들여봅시다. 이미 문장의 기본기를 다진 분들은 ‘좋은 문장’을 벗어나 ‘나의 문장’을 찾아봅시다.
주제: 내가 사랑하는 것
분량: 1천 자 정도
마감: 2025년 11월2일
보낼 곳: han21@hani.co.kr